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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자 기생들 사이에서 간드러진 웃음이 한동안 일더니 그중의 하 덧글 0 | 조회 177 | 2021-04-25 01:27:17
서동연  
그러자 기생들 사이에서 간드러진 웃음이 한동안 일더니 그중의 하나가 쪼르르 다가와 그 앞에서 다홍치마를 걷었다. 드러난것은 화선지 같은 흰 비단 속치마였다. 스물두어 살이나 될까, 화려한 얼굴도 아니었고 요염한 교태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을 끄는 데가 있는 여자였다. 보아온 대로 필낭을 끄르면서도 그는 한꺼번에 치솟는 술기운을 느꼈다.싫어요. 늦었어요. 나는 어쨌든 여기 남아 내 힘으로 학교를 마칠 거예요. 더 이상 어머니를 따라다니다가는 나의 삶도 그 괴상하고 끝모를 공포에 희생되고 말 거예요. 또 이것저것 죄다 헐값으로 팔아먹고 껍질만 남은 그곳에 가본들 물긷고 나물하는 일밖에 더 나았겠어요?그렇게 걷다가 고향 마을이 십리쯤 남은 곳에 이르렀을 때부터 나는 갑작스런 조급과 혼란에 빠져들었다. 무엇인가 꼭 해야 할 말을 잊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. 얘, 나는 말이다. 너를 오래 전부터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.그러나 약간은 조숙해도 나는 역시 열일곱 소년에 지나지 않았다. 그런 말은 내 생애에서 처음하는 말이며 게다가 나는 고향의 풍토에, 그런 말을 그애에게 해서는 안된다는 완고한 그 율법에 익숙해 있었다. 곧 그래도 그걸 말하고 싶다는 욕망과 그 욕망을 저지하려는 이성간에 맹렬한 난투가 삼중에서 벌어졌다. 그리하여 집에 이르는 그 나머지 길은 그런 내면의 갈등으로 취기와도 흡사한 기분에 젖어 나는 걸었다. 몇 번인가 혼신의 힘으로 더듬거려 그 애를 불러 놓고 다시 어색한 침묵에 빠져드는 것이 그때 내가 한 전부였다.뒤에 강병장을 통해 들었지마는 그는 산촌에서 전답 몇 마지기에 벌 몇 통을 치는 홀어머니의 외아들이었다.“역시 이대로가 좋아. 아무래도 난 돌아가겠어. 괴롭지만 혼자 가 줘. 나는 네 슬픈 사랑의 연인으로. 그것으로 만족하겠어. 잘 가. 정말로 사랑했던, 사랑했던”“관을 넘쳐 흘러 우리의 무덤을 온통 장미꽃으로 뒤덮을 수도 있을 거야.”“풍랑객 하나, 병아리를 날리도록. 끝.”그밖에 또 이상한 점은 그를 면회오는 살마들이 한결같이 그의 겉모습과
“선생님, 웬일이십니까?”그러나 끝내 그 말을 다 마치지는 못했다. 그 애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저 가늘게 떨고 있을 뿐이었다.“짐작은 했지. 잘 됐시다. 자, 그럼 피차에 별로 손해볼 일도 없으니 지금부터 화끈하게 놀아 봅시다. 약하고 없는 사람끼리 하루쯤 서로 위로하며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요.”1961년밀양중학교 입학, 6개월 만에 중퇴그제서야 이중위도 조금 전 과원들을 재우려고 내무반에 내려 갔을 때 김일병이 보이지 않았던 걸 상기했다. 이중위는 정신없이 대공초소로 달려갔다. 벌써 상황장교와 주번사관이 와 있었고 시체도 내려진 후였다. 김일병은 근처에 무성한 참나무 가지에 야전선으로 목을 맨 것이었다. 교범에 있는 결박법대로였다. 곧 놀란 대대장이 달려오고 의무관이 시체를 조사했다. 혀를 쑥 내민하기야 뭣이 좀 작고 뭣이 좀 작다고 해서 남의 꿈이며 삶 자체마저 쬐끄만하다고 말하는 데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. 그러나 명색 고등교육 맛까지 본 터수에 꿈이란 게 겨우 십년을 넘게 다닌 어떤 허름한 회사의 계장자리 정도이고, 삶의 중요한 궤적이랬자 그 귀두산 기슭에 까치둥치같이 아슬아슬하게 엮은 같잖은 마이 홈과 버스로 두 시간이나 걸리는 도심의 빌딩숲에 간신히 끼어든 회사의 납작한 구식건물을 잇는 선이고 보면, 그 삶을 거창하게 말하는 게 오히려 어폐가 될 성싶다.다른 부원들이 와 하면 술잔을 쳐들었고, 다시 흥겨운 회식이 계속됐다.대통령께서 약속했다. 이제 우리는 어디 있어도 안심할 수 있다.하지만 잔이 찬 후에도 나는 선뜻 잔을 들 수가 없었다. 무언가 꼭 있어야 할 절차가 빠진 것 같았다. 그 애도 자기 잔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.“그게 사실이라도 원래 당신에게 속했던 건 아니지. 찾았다고 신통할 건 없어.”“내가 이형에게 이 얘기를 하는 것은 행여 이형도 위축될까 해서요. 국가와 법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, 그리고 또 어떤 결말이 당신을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마음만은 당당하게 가지시오. 지난 다섯달 동안 사람들의 원인 모를 나약함과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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